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은 한 향후 6개월~1년 사이에 등급을 한단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 주요국 신용등급 현황/기획재정부 제공 (주요국은 G20, ASEAN, PIIGS 국가 중심. 괄호안 등급은 무디스 기준. 국가 뒤 (-)는 부정적 등급전망, (+)는 긍정적 등급전망)
◆ ‘AA-’ 진입 청신호‥내년쯤 가능할 듯
피치의 신용등급이 한단계 올라가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진입한다. ‘AA-’는 피치의 신용등급 단계상 ‘AAA’, ‘AA+’, ‘AA’에 이어 상위 4번째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대외건전성과 재정건전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은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균형재정달성 시기를 당초 계획했던 2014년에서 2013년으로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는 34%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우수한 그룹에 속한다.
단기 외환건전성을 떨어트리는 단기외채가 지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대외 건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환원,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도입, 김치본드 규제 등 단기외채 규제 방안을 잇따라 도입한 것도 신평사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신용등급 정례협의 과정에서 최근 2년동안 우리정부가 건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했던 여러 조치에 대해서 피치측이 아주 높게 평가했다”면서 “신용등급 상향이 아주 늦지 않은 시일 내에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이런 전망에 공감을 표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피치가 신평사들 중에서 등급 조정이 가장 빠르다”며 “이번에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린 만큼 국가신용등급이 ‘AA-’로 집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가신용등급이 ‘AA’급 등급으로 올라서게 되면 ‘A’급 등급 내에서 움직이던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피치로부터 ‘AA’이상의 등급을 받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을 비롯해 12개 나라에 불과하다.
◆ “가계 부채 등 취약부문 관리에 공을 들여야”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이 계속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계부채 등 취약 부문 관리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피치도 등급 상향을 위한 전제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내년도 외채 만기 도래액이 많이 돌아오는 점과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환경이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현재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각각 A1과 A등급으로 평가한다. 각각 최고등급 보다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상위에 있는 등급이다.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인접국 보다도 1~2단계 낮은 수준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피치가 이번에 등급전망을 올려주면서 등급 상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였지만 신용등급의 절대수준은 선진국들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갈길이 먼 만큼 가계부채 관리 등에 뚜렷한 개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